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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의, 묘사와 표현



상실의 시대: 원제 노르웨이의 숲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사 | 2010-07-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의 한없는 상실과 재생을 애절과 감동으로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토요일 밤이 되면, 나는 여전히 로비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전화가 걸려올 리 없었지만, 달리 할 일도 없었다. 나는 늘 텔레비전의 야구중계를 켜놓은 채 그걸 보는 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텔레비전 사이를 가로지르는 막막한 공간을 둘로 나누고, 그 갈라진 공간을 또 둘로 나눴다. 그리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일을 계속해, 마지막에는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p75)

- 울적한 상황을 절묘하게 공간 개념으로 묘사한 것에 충격받았어요.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죠?

 

 

 

반딧불이가 사라져버린 후에도 그 빛의 궤적은 내 안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눈을 감은 두터운 어둠 속을, 그 연약한 흐린 빛은, 마치 갈 곳을 잃은 혼백처럼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매고 있었다.

나는 그런 어둠 속으로 며  몇 번이고 손을 뻗어보았다.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자그마한 빛은 언제나 내 손가락 끝의 바로 조금 앞에 있었다.(p78)

- 아쉬운 감정을 이렇게도 표현하네요. 

 

 

 

나는 그런 방 안에서 세포의 구석구석으로부터 피로감을 한 방울씩 한 방울씩 짜내듯 깊이 잠들었다.(p.158)

- 보는 순간 피로가 날아가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그러나 하쓰미라는 여성 속에는 뭔가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뒤흔드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그녀 스스로 강한 히믈 내어 상대를 뒤흔드는게 아니었다. 그녀가 발산하는 힘은 적지만 그것이 상대의 마음에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p. 303)

 

 

 

"비스킷 통에 여러 가지 비스킷이 가득 들어 있는데,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만 자꾸 먹어버리면, 나중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거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걸 겪어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통이라고."(p.357)

 

 

 

사태가 아무리 절망적으로 보여도 실마리는 어딘가에 있게 마련이니까. 주위가 어두우면 잠시 동안 가만히 있으면서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듯이 말이야.(p.367)

 

 

 

'죽음은 삶의 반대편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슬픔을 실컷 슬퍼한 끝에 그것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는 길밖에 없으며, 그리고 그렇게 배운 무엇인가도 다음에 닥쳐오는 예기치 않은 슬픔에 대해서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p.387)

 

 

 

예전에 나와 나오코가 기즈키라는 죽은 자를 공유하고 있었듯이, 지금 나와 레이코씨는 나오코라는 죽은 자를 공유하고 있었다.(p.394)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나와 죽은 자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간다. 기즈키는 열일곱 살 그대로이고 나오코는 스물한 살인 채 그대로인 것이다. 영원히.(p.395)

 

 

 

 

<상실의 시대>중에서




상실의 시대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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