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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나는 정의롭고 도덕적으로 살고 싶다

나는 정의롭고 도덕적으로 살고 싶다. 스스로 보기에 부끄럽고 부당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다. 마찬가지로 내가 살아가는 사회도 부정의하고 부도덕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기 양심에 비추어 깨끗하고 당당한 사람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역사가가 과거의 사실들을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해석하여 기록한 결과가 역사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역사로 기록될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오랜 시간 우리의 민주주의와 정치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나는 11월 12일부터 12월 3일까지 매주 토요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부정의하고 무능력한 사람이 더 이상 국가 원수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동참하여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나 자신에게 부끄러울 것 같았다. 미래의 후손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할 것으로 여겼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하며 촛불을 들었다. 최대 234만 명의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였고, 나 홀로 갖고 있는 울분과 개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역사에 기록될 이 사건은, 과거의 일들을 토대로 현재를 분석해야 한다. 현 사태가 일어난 배경에는 대통령이 자행한 문제점이 있다. 크게 세 가지 잘못을 했다고 생각한다.


1. 비선의 국정농단

주권자인 국민은 대통령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일개 평범한 시민에게 그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철학과 신념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도록 요구했으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내치 외치 구분 없는 보고가 이루어졌고, 대통령이 아닌 제 3자의 판단과 지시에 따라 국가가 운영됐다. 정상의 비정상화다.

2. 국민 보호 실패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국가는 국민의 안위를 위해 조직됐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이다. 2년 전 304명의 국민이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사고 이후의 대처도 미흡했다. 그것을 진두지휘했어야 할 지도자는 자리에 없었다. 국민의 목숨을 구하려는 필사적인 노력까지 보이지 않았다. 사고 이후에는 사망자들의 가족을 보살피지 않았다. 사고가 난 이후부터 대응하고 수습하는 모든 과정이 부족하고 이해되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국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국가적 재난이었을 뿐만 아니라 언젠가 나와 나의 가족들이 겪게 될 위험이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나를 보호해줄 것이란 신뢰가 사라졌다. 국가의 안전 시스템에 대한 작은 믿음조차 없어졌다.

3. 부정의. 부패. 부도덕

지도자는 자신의 권리를 남용했다. 특정인에게 특혜를 베풀도록 지시했으며, 불법을 저질렀다. 사회의 질서를 망가트렸으며,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믿으며 노력하던 시민들은 혼란을 느꼈다. 공평한 기회, 정의로운 평가, 공정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건설적인 방법으로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려는 시민들의 의지를 무시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유를 추가하고 싶다. 무능. 한 국가의 대표로서 5년간의 임기를 채우기에 그는 능력이 부족했다. 지식, 판단력, 분석력, 소통 능력 등. 오로지 의욕만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자리는 의욕이 모든 것에 우선하지 않는다.

12월 9일 대통령은 탄핵됐다. 모든 직무 권한이 정지됐다. 시민이 주권자를 심판한 역사로 회자될 것이다. 정당성을 잃은 권력과 주권자에 역행하는 지도자가 어떠한 처분을 받게 될 것인지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권력자들에게 국가의 권력은 시민에게 있음을 상시시킬 사례일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국민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했다고 생각한다. 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하지 않도록 저지했다는 자긍심을 느낀다. 나만 느끼는 감정을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집회에 참여했던 수많은 사람들도 본인의 양심에 떳떳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양심에 따른 자발적 모임인 11월의 집회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좋게 평가되길 기원한다. (사실 '촛불집회는 옳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믿는다.)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과거의 사건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과거 사건에 대한 평가 기준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모든 것에 우선하는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인간의 존엄성과 국민 주권'이 그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떤 이념이 지배적인 사상이 된다고 하여도 인간이 존귀하다는 사실과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촛불 집회 참여는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중요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나의 의견을 표출했다. 또한 가장 고귀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스스로에게 질문해도, 역사에 비추어도 나는 떳떳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의 삶에서 신념과 철학에 배치되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에서도 생명의 고귀함과 시민의 권리가 짓밟히지 않길 바란다. 만약 그러한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그래서 나의 철학에 위배되는 모습이 나라에 팽배하다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번처럼.

나는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