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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이따금씩 느끼는 공황과 불안


이따금씩 찾아오는 극심한 혼란과 혼돈의 감정이 있다. 공황 비슷한 복잡한 무언가. 불안과 초조감이 몸 전체를 감싼다.

#1 어릴 때였다. 몇 살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부모님께 혼나고 있었다. 벽면에 기대어 서서 훈계를 듣고 있었다. 아버지의 꾸지람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몸에서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가슴이 답답했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터뜨려 버리고 싶은 심장, 그러나 터지지 않는 심장. 더이상 서 있지 못할 것 같았다. 어머니가 나의 식은 땀을 확인하시더니, 훈계를 중지시키셨다.

#2 싱가포르 여행을 간 적이 있다. 형과 둘이서. 부모님은 일 때문에 못오셨다. 둘 만 떠난다는 것이 죄송스러웠다. 싱가포르에서 칠리크랩을 먹을 때, 형용할 수 없는 공황을 경험했다. 죄스러운 마음과 안타까움, 둘이서만 즐거우면 안될 것 같은 불안, 여행 그만두고 당장 집에 가야할 것 같은 극한 혼란스러움. 잠시였지만, 일생에 느낀 가장 격렬한 심리상태의 요동이였다. 

#3 스물 여섯이 된 지금도 이따금 느끼는 불안이 있다.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확실한 결론을 내려야 할 때 찾아온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분명하게 무언가를 결착내야 할 때.


이와 같은 일들은 생각해보면, '이게 맞나', '이 선택이 확실한가' 싶은 생각에서 온 불안인 것 같다.

내 행동과 판단이 틀리지 않았는지, 옳은 것인지를 의심하고 되묻는 과정에서 느끼는 공포감.

나의 선택이 올바른 결정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스스로에게 되묻곤 한다.


올바른 정답을 골라야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 같다. '내 선택이 아닌 저 선택이 옳을지 몰라'라는 불확신. 항상 최선의 정답이 도출되어야 한다는 집착을 없애야 한다. 정답이라는 개념보단, 해답이라는 접근이 요구된다. 다양한 답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 선택도, 혹은 저 선택도 바른 길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선택 순간의 불안을 줄여주지 않을까.

자존감의 부족에서 생겨난 성향일 수도 있겠다. '조금 틀리면 어때', '조금 잘못되면 어때', '한 번쯤은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자기 암시가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선택이 결국에는 정답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해주면 된다. 비록 선택 당시에는 바른 선택이 아니었을지라도, 결국에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입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