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서적 <상실의 시대>
상실.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됨.
우리는 상실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있다.
다만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을 뿐.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죽음을 내재화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상실할 거다.
내가 누군가를 상실할 수도, 내가 그들의 상실의 대상이 될 수도.
와타나베, 나오코, 미도리, 레이코.
전부 다 상실을 겪은 이들이다.
상실을 겪었지만 미도리와 레이코처럼 굳건히 슬픔을 이겨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오코처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와타나베처럼 긴 슬픔속에서 박차고 나오려는 움직임을 시작하는 사람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
참 슬픈일이다.
때로 죽은 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우리를 더욱 옥죌수도 있다.
하지만 생의 끈은 이어나가야 한다.
죽은 자의 상(狀)은 우리의 시간과 동행하지 못한다.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나와 죽은 자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간다.
기즈키는 열일곱 살 그대로이고 나오코는 스물한 살인 채 그대로인 것이다. 영원히."
우리는 우리 길을 가야한다.
가슴에 묻고, 꿋꿋하게 길을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에 미도리를 부르고 있던 와타나베의 표정은 어땠을까.
얼굴에 바람없는 바닷가의 잔잔함처럼, 조용한 미소를 머금고 있진 않았을까.
* 사실, 하루키의 책을 여럿 읽으면서 그의 짧은 문체나 감각적이고 기발한 표현을 좋아했다.
한가지만 제외하면. 나는 그가 남녀간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집착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표현하려는지 모르겠다.
너무 많다 싶다. 충분히 다른 내용을 넣어도 잘 써낼 수 있는 작가인데 말이다.
<다자키 스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그의 작품 중 가장 잘썼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 느낌으로는.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와 벌> 인간 심리의 탁월한 묘사 (0) | 2014.08.11 |
---|---|
<빨간 바이러스>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진중권. (0) | 2014.08.11 |
<디자이닝 브랜드 아이덴티티> 상품과 서비스에서 느끼는 직감이 곧, 브랜드 (0) | 2014.08.09 |
<여덞 단어> 삶의 자세 배우기 (0) | 2014.08.08 |
<관점을 디자인하라> 책의 취사선택 (0) | 2014.08.06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광고는 진심을 담아야 한다 (0) | 2014.08.03 |
<책은 도끼다> 도끼가 찍는 것은 나무만이 아니다 (0) | 2014.08.02 |
<생각에 관한 생각> (요약)인간은 충분히 제한된 합리적 존재이다 (0) | 2014.08.01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따뜻함을 읽다 (0) | 2014.08.01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강대국도 한 때는 올챙이였다 (0) | 2014.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