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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이별> 150201




    <이별> 150201

-         시작은 끝을 동반하고, 끝은 시작을 의미한다. 어느 덧 3개월 보름여의 교환학생과 50일 여행의 끝에 다다르고 있다. 나의 여행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보다 슬픈 것이 있다. 이별. 사람과의 헤어짐이 더 아쉽게만 느껴진다.

교환학생의 시작과 끝을, 그리고 여행하는 동안 하루가 멀다한 마주침으로 5개월여동안 비슷한 삶은 산 사람. 붙어있지 않은 적보다 붙어 있던 적이 많았던 형. 형이면서 친구 같은 편안함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그렇다. 이제는 과거형으로 적는 것이 맞다. 바로 오늘, 먼저 한국으로 귀국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형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인 1 31일 같이 저녁을 먹기위해 일정을 바꾸었고, 같이 식사를 하면서 교환학생과 여행에 마침표를 찍고 비로소 안녕을 외쳤다.

군대에서 느꼈던 동기들과의 우정을 다시 느끼게 해준 장본인. 잘 맞는 사람과의 헤어짐은 언제나 슬프고 적적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음을 재차 경험케한 사람. 어제, 마지막 헤어짐을 인사하며 왠지 모를 씁쓸함에 입맛을 다셨다. 일주일 남은 나의 여행이 괜스레 재미없어질 것만 같았다. 어쩌면 지금까지 달려왔던 5개월이 형과 어울림으로 인해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인간은 간사하다는 사실을. 자신의 일상에 집중하고, 생활의 고단함에 치이다보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뒷전이 되기 마련이다. 아울러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이미 군대 동기들과의 관계에서 느낀 바다. 아직까지 연락하며 일년에 한 두번은 얼굴을 보는 사이이지마는…. 분명 동기들과의 헤어짐의 순간에 느꼈던 그런 아쉬움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서로 안부를 전하는 일도 드물다. 카톡방은 조용하기만 하다.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일상에 젖어 미처 멀리있는 친구를 생각하지 못하는 거다.

그래서 노력한다. 일년에 한 두번이라도 얼굴을 보며, 추억에 젖고 함박웃음을 터뜨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나의 귀국이후에 형과 다시 만나 밥을 먹기로 약속했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이와 그렇듯. 이 약속은 분명 지켜질 것이다. 확신한다. 내가 만나자고 연락할 것이니까. 다만, 내가 씁쓸해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들에 대해서다. 내가 과연 얼마나 자주 연락해줄 수 있으며, 안부를 물을 수 있을 것인가. 상대 또한 나에게 자주 안부를 전할까. 이 또한 지금껏 반복된 관계의 순환 고리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점점 상대를 잊고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자명한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탓하지도 않을 것이다. 교환학생 시절처럼 매일 얼굴보며 살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만 노력할 것이다. 1년에 한 두번이라도 얼굴보며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도록. 힘들 때 위로받고 싶을 때, 고민거리가 생겨 답답한 내 마음을 토로할 사람이 필요할 때 연락하여 얼굴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편안한 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1년 전, 학교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미래를 공유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말에 수긍한다. 그렇기 때문에 형과 미래를 공유할 수 있도록 관계를 재정립하려 한다. 당분간은 과거를 공유하는 사이로 만날테지만, 서로의 관심사와 고민이 다르지 않아 미래를 공유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고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이 형과 과거와 미래를 모두 공유하는 사이로 나아가려 한는 것이다. 그래서 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인연을, 비록 이 끈이 얇아 자주 볼수는 없다하더라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관계를 쉽게 생각해 상대를 배려하지 않거나 가벼이여기는 행동을 일삼는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과 내가 친밀의 단계로 나아갈 일은 없다. 이미 과거에 했던 나의 어리석은 생각들로 많은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런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내가 사랑하고, 내가 좋아하고, 내가 사귐을 지속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먼저 다가간다. 그리고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것이 내 사귐의 방법이며, 내가 추구하는 가치이다. 비록 그 수가, 나의 사귐의 수가 많지 않다하더라도. 다른 이들과 비교하여 현저히 적은 수의 사람과 교류를 한다 하더라도. 나는 내가 관계의 지속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먼저 다가갈 것이다. 계속.

때로 보여지는 것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있다. ‘친구라는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대상이 그 중 하나인데, 친구의 단순한 숫자보다 친구와의 진실한 사귐이 나는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