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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바이러스>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진중권.



빨간 바이러스

저자
진중권 지음
출판사
아웃사이더 | 2004-06-2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글과 말로 싸우는 전투적 지식인 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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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바이러스 (저자: 진중권, 출판사: 아웃사이더)

 

빨강. 이것은 대개 진보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좌파, 빨갱이라 일컬어지듯이. 우리나라에서는 특히나 빨강의 의미가 더욱 부각된다.

진중권. 개인적으로 내가 관심있는 지식인이다(지식인이라 표현하면 좋아하지 않을 분들도 상당하겠지만). 그럼에도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인지 알기위해 중고 서점에갔다. 아무책이라 골랐다. 그리고는 이 책이 내 손에 붙들리게 되었다.

우리사회에 대한 많은 생각과 분석을 하는 사람이었다. 진중권이라는 사람은. 지금도 그는 사회문제가 터지면 SNS에 자신의 생각을 올리고 때로는 대중들과 맞서 키보드 전쟁을 벌인다.

진중권은 자신을 지극히 정상인 사람이라 여긴다. 세상은 그를 럭비공이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라 평하지만, 이것은 세상이 이성적이지 않은 발로라 생각한다. 자신은 이성적 사고를 통해 일관된 견해를 갖고 있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에 비유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냉소적 태도로 말한다.

그의 이 생각에는 동의했다. 나와 견해가 같건 다르건, 그 사람은 자신의 견해를 일관된 방향으로 주장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거부감없이 그렇지라고 인정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분열, 과열 정치 성향을 비판하며, 우리사회가 아직도 파시스트적이라 일침하는 그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사회, 정치에 관심이 적었던 나에게, 우리사회의 적나라한 상황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양 극단에 위치한 보수, 진보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합리적 소통과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지 그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오늘날 미디어 매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심화되기 때문에 지식인들의 역할이 축소되었다고 말한다. 하나의 사실이 미디어를 통해 정보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전달될 수 있도록 하나의 사실을 조작하고 의도적으로 생성한다고 꼬집는다. ‘시뮬라크르시뮬라시옹’, ‘팬텀매트릭스를 비교ㆍ인용하며 현대의 지식, 미디어 사회를 비판하는 부분(‘미디어와 권력’)은 이 책의 정점이다 .

항상 언론에 보도되는 기사 등을 가감없이 수용했던 나였기에, 그의 비판과 분석은 나의 무비판적 태도를 반성케 했다. 언론은 기사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판단을 독자들에게 강요한다. ‘사실만을 전해야할 그들이 판단을 내포하여 기사를 써낸 까닭이다. 보수, 진보 상관없이 그렇게 행동했다. 우리 사회가 더욱 극단 견해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항상 원본을 찾아 읽어 자신의 견해를 가져라’시던 스텔라무브 배종하 이사님의 조언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책 한권을 통해 그의 생각, 사상을 전부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사회에 대한 그의 고민, 생각, 분석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작금의 미디어와 권력의 유착위험성도 익히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진중권 특유의 직설어법, 비꼼 등은 책을 더 재밌게 읽을 유인이 되어주었다. 더구나 구어체 형태로 기술하여 비꼼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책이었다.

 

● 말하자면 저들은 특정 사안을 놓고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로만 판단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 우리 사회의 일관성은 논리적 일관성이 아니라 정치적 고해의 일관성이다. (p 192)

● 신문이라면 독자가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객관적 자료들을 제시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신문들은 필요한 정보는 누락시키고, 불필요한 정보는 과장하믕로써 독자가 내려야 할 판단을 대신 내려주려한다. 이로써 독자는 정보의 수용자가 아니라 정치적 조작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p 193)

당파와 파벌로 찢어진 사회에서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것은 합리적 소통이다. (p 194)

● 합의돈 코드가 없는 한, 공공성의 영역잉 없는 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합리정의의 개념도 존재할 수 없다. 각자 자기의 합리와 자기의 정의를 갖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사회적 문제는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없고, 사회적 갈등은 정의롭게 해결될 수 없다.

이런 사회에서 소통은 정의가아니라 벌거벗은 의 대결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파시스트적이다. (p 197, 198)

● 사건은 더 이상 일어나는 것만으로는 사건이 될 수 없다. 카메라에 찍혀야 비로소 사건은 사건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선거전은 온통 빛이 만들어낸 이미지로 이루어진 포토제닉의 전쟁이다. (p 298)

● 오늘날 미디어는 더 이상 세계를 복제하지 않는다. 그것은 가상도, 현실도 아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이 세계에서는 미디어가 현실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현실이 미디어를 지향한다. 사건이 복제(보도)의 형태로만 사회적 중요성을 갖게 될 때, 이때에는 원본이 거꾸로 복제를 지향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 미디어가 사건을 복제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현실의 행위자들이 미디어의 필요에 맞춰 사건을 연출하는 것이다. (p 323)

● 흔히 우리는 사진을 보고서 비로소 사태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고 믿는다. 이 경우 사진 속의 사건은 주어, 그 주어에 술어를 붙이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진은 주어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이미 술어가 포함되어 있다. 말하자면 사진은 우리에게 판단의 재료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자체에 술어를 내포한 채로 하나의 판단으로서 주어지는 것이다. (p 328)

● 오늘날 지식인은 과거에 누렸던 권위를 잃어 버렸다. 이것은 진보적이다. 하지만 그들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논리의 권위도 사라졌다. 이것은 반동적이다. 오늘날 대중은 과거에 누리지 못한 을 획득했다. 이것은 진보적이다. 하지만 그 힘은 논리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쪽수의 물리량과 익명성의 보호막 위에 서 있다. 이것은 반동적이다. 하여튼 재미있는 현상이다. 오늘날 인터넷이라는 초현대적인 미디어를 통해 흐흐는 것은 논리의 빈곤, 열정의 과잉과 같은 전근대적 에너지다. 발달한 기술과 미발달한 인성 사이의 간극. 그 간극의 크기만큼 사회는 우익적이다. 보수정치는 양팔을 벌려 그 간극을 넓히려 한다. (p 352)



빨간 바이러스진중권(JUNGKWON C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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