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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나는 카뮈의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



이방인

저자
알베르 카뮈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1-03-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42년 [이방인]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카뮈는 알제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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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는 그렇다. 책을 읽기 전까지 책의 제목이 나에게 와닿지 않는다. ‘와닿지 않는다란 제목을 읽되, 읽고 지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머릿속 혹은 어떤 직관적인 심상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이방인>도 다르지 않았다. 제목 이방인을 눈으로 읽었지만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작가 카뮈를 일컬어 실존주의 작가라 부른다. 사실 난 실존주의라는 걸 잘 모른다. 철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다. 그래서 <이방인>을 읽고서도 감동, 공감이 부족했던 것일게다.

<이방인>작품 해설에도 나와있지만- 감정의 부재가 가장 눈의 띈다. 책 전체를 통틀어 주인공 뫼르소의 드러낸 부분은 마지막 셀레스트와의 대화이다. 이 장면은 제외하고는 주인공의 감정상태를 작가는 서술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주인공 뫼르소가 지나치게 방관자적 자세를 취한 인물 때문일 것이다. 뫼르소는 모든 것에 무관한경지의 극을 보여주고 있어 작가로써도 손 쓸 도리가 없었던 것을 아니었을까. 가령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에도 슬픔을 느끼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피곤하다고 중얼거린다.

뫼르소와 나는 직선의 양 끝점과 같다. 일종의 대척점. 공감의 연결고리가 없다. 뫼르소와 달리 사소한 것에 의미부여하고 마음쓰고 때로 중심이 흔들리곤 한다. 업무를 할 때 전혀 상반된 두 명이 같이 협력하면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대화를 나누고 공감해야하는 소통에서는 다름이 장애가 된다. 내가 카뮈와의 대화에서 고생 깨나 한 이유이다. 나와 작가 카뮈는 너무 달랐다.

이와 같은 까닭에 <이방인>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미치지 못했다. 가슴이 아니라 뇌를 이용해 이해해보려 노력했으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이방인을 썼다면, 뫼르소의 심리 상태, 감정의 변화를 단번에 알 수 있었을텐데

책을 덮고서야 비로소 감성이 아니라 이성으로 뫼르소와 접견했었음을 발견했다. 왜 그는 그렇게 행동했으며, 그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지 등을 이성적으로 고민했던 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이성으로 친밀감을 높이는 데에 한계가 있다. 더욱이 그 관계의 지속성은 이성과는 관련이 없을 게다.

사람은 감성으로 느끼고 가감없이 나를 보여주어야 진실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사랑과 우정에 이성이 끼어들 틈새는 거의 없다. 오로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감정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알베르 카뮈와 나는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다가설 수 없는 이방인일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의 <이방인>에 가슴이 아닌 머리를 들이 밀었으니 말이다.

여러모로 읽었으나, 왠지 읽지 않은듯한 께림직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아, 나의 무지와 지식의 한계로 인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