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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가벼움과 무거움의 모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역사의 상처라는 무게에 짓눌려 단 한 번도 '존재의 가벼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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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출판사: 민음사)

 

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하다고말했다. 어떤 뜻인고 생각을 해보니 무겁고 가벼움이 모순 관계에 있다는 깨달음이지 싶었다. 가벼움이 무거움이 되고 무거움이 가벼움이 되는 역설. 가벼운 가방을 메고 있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지는 이것. 무거움과 가벼움의 모순 관계의 발현일 것이다. 가벼움과 무거움은 상존한다는 사실.

저자 밀란 쿤데라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무거움은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짐이 완전히 없다면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가벼움은 무의미, 무거움은 유의미와 중요함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주인공 토마시는 독일어 속담 “Einmal ist keinmal”에서 탄생했다. 한번은 중요하지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일회성 사건은 그 존재가치가 미묘함을 고백하는 것일 게다. 만약 일회성이 아닌, 여러 번 반복되거나 누적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는 중요한 사건임이 드러나는 것 아닐까.

토마시와 테레자의 만남은 단순한 한 번의 만남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한 번의 마주침 속에는 6번의 우연이 누적되어 있다. 한가지 사건은 우연이라 치부 할 수 있지만, 6번에 달하는 우연이 누적된 결과를 그리 간단히 생각해도 좋을까. 유의미한 일이라고 받아들일 개연성이 충분하다. 테레자는 이 누적된 우연에 특별함을 느꼈고 의미 있음 즉, 토마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무거움의 등장).

같은 상황에 노출되었던 토마시는 테레자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수 많은 남자들이 그렇듯, 여러 여자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늑대의 습성을 지녔다. 항상 새로운 여자를 갈구하고 이전과 다른 여자에 갈급함을 느끼는 존재. 본능에 충실한 인간. 일종의 여성 도착증 환자라 부를 수도 있겠다 싶다. 참 가벼운 인생 같아 보이지 않는가.

알고 보면, 한낱 동물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토마시도 가벼움과 무거움의 모순에 노출된 인물이다. 수 많은 여자를 만나지만(가벼움) 거스를 수 없는 테레자에 대한 사랑(무거움)에 도취되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여자를 만나든지 테레자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다. 토마시라는 존재가 육과 영으로 분리된다면 가벼움은 육, 무거움은 영에 속할 것 같다. 테레자보다 늦기는 했지만 그도 분명 자신의 가벼움속 무거움의 존재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허나 만약 무거움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죽는 날까지 가벼운 삶만 따르며 사는 인간도 있으리라. 무거움이 결여된 가벼움은 어떨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등장하는 스탈린의 아들이 이를 대표한다고 보여진다. 자신 존재의 가치(무거움)를 잃어버린 그는 자신 인생이 가벼움 밖에 남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이를 발견하자 그는 뛰어들었다.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으로. 그리고는. 죽었다. 가벼움의 극단은 깃털같아 어디로 날아갈 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스탈린의 아들처럼 방향을 잃고 좌우로 비틀거리다 결국에는 버틸 힘을 잃고 쓰러지는 최후를 맞지 않을런지.

밀란 쿤데라. 그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역사는 회귀불능이며 인간 삶도 마찬가지 임을 들어 두 가지 모두 가벼움과 불가분의 관계임을말하고싶었다고생각한다. 인간 삶과 역사는 일회성 사건의 총체이기 때문에 어떠한 평가나 의미부여가 필요 없어진다. 그의 말처럼 역사란 개인의 삶 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벼움과 무거움의 모순 관계를 통해 가벼움 뿐인 인간에게 무거움이 필요함을 말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가벼움(육체, 무의미, 본능) 속 무거움(영혼, 의미, 이성과 정신)말이다.

떠나버린 테레자에게 돌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토마시가 마주한 질문.

Muss se sein(그래야만 하는가)?

토마시의 대답

Es muss sein(그래야만 한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Es muss sein에 따라 그녈 찾아 떠나는 그. 이것이 바로 인간의 가벼움 속 진실되고 숭고한 무거움의 존재를 드러낸다.

보잘 것 없는 입김에도 한 없이 나부끼는 깃털이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건 하나의 작은 무거움이면 충분하다.




아울러 작가는 공산주의를 폭로하고 있다. 작가 자신의 시대상황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담아낸 것인데, 네 남녀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를 통해 공산주의를 고발하고 있는 작가를 볼 수 있다.

공산주의를 폭로하는 작가의 의도, 생각을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단, 나에게는 가벼움과 무거운의 모순을 파악하는 것조차도 힘에 부쳤다. 모쪼록 나의 해석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혹은 틀린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단지 남들의 도움을 받지 않은 나만의 해석을 해보고 싶은 것 뿐이고, 나에게 어려운 책을 읽어냈다는 성취감을 맛보고 싶었을 뿐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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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틀린부분,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