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민음사)
누구나 꿈꾼다.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 로또 1등 당첨. 그래서 내 수중에 들어오는 수 많은 돈들.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해볼까. 어디에 써볼까. 어느 곳에 얼마만큼 써야하고,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주어야 하고 등등. 시간가는 줄 모르면서 머릿속에 여러 그림을 그려본다. 하지만, 꿈이였음을 이내 자각하게 된다.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위대한 유산>의 주인공 핍에게는 이것이 보잘것 없는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막대한 유산이 그 앞에 높이게 된 것. 소도시의 도자공으로 평생 살아가야했던 그의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쓰고 싶은 만큼 돈을 펑펑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는 더 높은 상류층 사회를 위해, 런던으로 떠났다.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한 채.
가족에 대한 애정을 고향에 남겨두고 몸만 떠나갔어야 했다. 그것이 도리에 맞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이어나가는 자연스러운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많은 돈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알게되자, 가족, 친지들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부족해보였다. 거리를 두고 싶었으며, 교화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속에서 멀어지게 된 그들을, 런던으로 떠나면서 물리적으로도 멀리두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인걸 어쩌랴. 평생 한 마음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아마 그런 사람이 있다면, 분명 그는 범상치 않은 사람일거다. 우리 사회에서 복권에 당첨되어 일거에 부자가 된 사람들의 사례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이 망했다는 소식을 드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탐ㅇ욕의 결과 사람은 변하는데, 그 결말이 좋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주인공 핍도 마찬가지였다. 돈 때문에 가족을 멀리하고 런던으로 왔는데, 자신을 찾아와준 친척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마음 속으로는 그를 천하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평가절하 시킨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상류층 사회에 물들어버린 그가, 결국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반성했다는 거다. 돈을 펑펑 써댄 것, 친지를 멀리한 것. 자신의 잘못을 후회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렇다. 다시 변했다. 사람을 위해 울어줄 수 있고, 마음으로 상대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돈 떄문에 패망하는 사람들도 많으나, 다행히 그는 돌이켰다. 가족 곁으로 친구 곁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진정한 '인간'이 된 것이다.
요즈음 자본주의를 보며 느끼는 사실은 '돈을 위해 사는 삶'이 부쩍 증가했다는 것이다. 행복하게 살기위해 돈을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를 많이 접한다. 아니, 때로 나도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사실 고치기가 쉽지 않다. 조금 더 풍족하게, 좀 더 멋진 무언가를 갖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속으로 다짐한다. 내가 살기 위해 돈이 있음을 잊지말자고, 돈이 귀하다 한들, 사람보다 귀하겠냐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 고생스럽게 벌어서 쉽게 써버리더라도 그 대상이 존귀한 사람이면, 그건 아깝지 않은 소비다.
꿈과 목표가 '돈 얼마 모으기'가 되면, 그 사람의 인생이 좀 안타까울 거라 생각한다. 목표 액수가 찍힌 통장을 보면서 눈 감는 그날, 진정 행복했다라고 회고할 수 있을까. 왜 난 그렇지 않을 것만 같은지...
<걱정없이 행복했던 시간이 있다>
사하라 사막에서 작은 모닥불 피워놓고 그 주변에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노래 불렀다. 신나는 악기 반주가 울려퍼진다.
한 청년이 기다란 나뭇가지로 작은 모닥불을 이리 저리 들쑤신다.
불이 활활 타오른다. 이내 꺼지는 모닥불.
다시 한 움쿰의 지푸라기를 던진다. 불이 살아난다.
따뜻하다. 주위가 밝아진다.
사람들의 웃는 모습이 보인다.
모닥불의 따듯한 온기가 퍼지며, 모든 잡념이 사라진 그 순간.
잊을 수 없는 안락함과 평화로움.
거기서 나는 행복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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