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저자: 유시민, 출판사: 생각의 길)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 유능한 교사". 어려운 개념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능력을 가진 교사가 좋은 선생으로 인정받는다. 글도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써낼 수 있다면, 지식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쉽게 읽히는 글이 된다. 괜한 미사여구, 복문, 장황한 수식은 글을 읽기 어렵게 만든다. 독자가 글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게 방해하곤 한다.
"글을 간결하게 써야 합니다"가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아니다. 저자가 알려주는 한 가지 좋은 글쓰기 방법에 더 가깝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논리적으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책 이름 그래로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고 나니 "글은 단문으로 써야 한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예전 글에서도 잠깐 언급한 것처럼, 책은 독자의 경험이 저자의 생각과 만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 논술을 준비하던 때에 학원에서 한 가지 지적을 자주 들었다. '너는 글을 장황하게 쓴다'라는 것. 그 때는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되었다. 오랫동안 글을 그런 형태로 써왔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잘못된 글쓰기 방법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알려준 대로 문장을 단순하게 쓰면 된다. 복문이 아닌 단문으로, 생각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한 편의 글을 쓸 때, 단문을 위주로 구성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잇는 사람들은 대부분 느낄 것이다. 짧은 문장으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기 쉽지 않다. 정확한 단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핵심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불필요한 접속사, 동어 반복이 줄어들어야 짧고 좋은 글이 되기에, 글을 길게 쓰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이다. 독서량이 중요하다고 말한 저자의 주장은 이 대목에서 힘을 발휘한다. 평소의 독서량에 따라 구사할 수 있는 단어 수준, 어휘의 폭이 다르다. 글을 논리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써낼 수 있는 능력도 자신이 읽은 책의 양에 비례하는 것이다.
나는 단문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서 글쓰기를 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예전의 글과 비교했을 때 많이 간결해진 것을 느낀다. 독서량이 증가하고 신문을 꾸준히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옳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중임을 알려주는 신호가 아닐까 한다. 계속해서 독서량을 늘리고 글쓰기 연습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좋은 글을 쓰는 날이 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저자 유시민이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두 번 느꼈다. 첫 번째는 책에서도 그가 언급한 '항소이유서'이며, 두 번째는 바로 이 책이었다. '항소이유서'를 읽으면서 법적인 글임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잘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법과 정치에 관심이 적었던 나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죽하면 주변 지인들에게 매우 좋은 글이니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었을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쓰였다. 읽는 내내 담백한 문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호흡이 짧으면서도 힘이 있었다. 저자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이 철학적 개념, 사회적 논쟁을 다루지 않기 때문인 것도 있다. 상대적으로 쉽게 쓸 수 있는 분야가 주제다. 그러나 이 점은 감안하더라도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없도록 쉽게 잘 쓰인 글임을 부정할 순 없다.
읽는 이로 하여금 글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작성하는 것은 글쓴이의 책임이다. 장황하고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글이 독자가 글을 이해하는데 장애가 된다면, 아무리 멋있게 쓴 글이라도 좋지 않은 글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포장의 방법을 배울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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